2019 JTBC 마라톤 풀코스 후기
대회는 나가야 하는데 좀처럼 런 훈련시간이 나질 않아 준비는 많이 하지 못했다.
지난 10월 수피령 라이딩 이후 무릎과 허벅지가 아직 정상이 아닌 느낌이었다.
그저께는 철인 동호회 NS형의 조언을 안 듣고 와이프 생일이라 소주 두병 맥주 천 정도 먹었다.
과연 오늘 완주할 수 있을까?
신에게 여쭤보니 긍정적이셨다.ㅋ
출발은 같은 D그룹의 DH형님과 함께했다.
(출발은 같았으나 도착은 DH형님이 한 시간이나 먼저 들어오셨다 ㅎㄷㄷ)
DH형님이 먼저 가시고 430페메(4시간 30분 완주 페이스메이커)가 보였다.
뒤따라 가다보니 초반에 6분 24초 페이스(1킬로당)는 좀 늦은 느낌이었다.
6분 5초 정도로 달리니 페메가 뒤로 좀 멀어진다.
(이때까진 페메가 나중에 날 따라잡을줄 몰랐다.)
하프까지 가는 중에 목장갑 버리고, 바람막이도 버리고 뛴다. 금방 더워진다. 물적신 스펀지가 나타날 때마다 어찌나 고마운지, 페메는 목마른 사람은 스펀지 짜서 먹으라던데 그렇게 하진 않았다.
진짜 마라톤은 하프 이후부터라던데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430 페메가 내 뒤에 딱 붙어서 온다.
잠깐 뒤처지고 싶은 맘 부여잡고 페메의 신발만 보며 내 발과 왼발, 오른발 박자 맞춰가며 뛰었다.
다리 밑 좌회전 구간에서 경찰 아저씨가 나타나 파스를 뿌려주시고 계신다.
쥐가 나려고 울룩불룩하고 있는 내 오금과 허벅지 종아리에 파스로 쥐를 잠시 잠재우고 또 뛰었다.
신께 기도드렸다. 제발 끝까지 쥐가 안 나게 해 주세요...
35킬로쯤 오니 오금, 허벅지, 종아리는 괜찮은데
왼쪽 고관절에서 쥐가 나려고 한다.
이 쪽에서 쥐 나면 왼발이 돌아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천천히 걸으며 왼손으로 고관절을 퍽퍽 쳤다.
쥐야 들어가라 제발...
지난 8월 철인 3종 하프 때는 자전거 90타고 달리기 2킬로 지점부터 쥐가 나려고 했는데 그에 비하면 양호하단 생각으로 버티며 계속 뛰었다.
36킬로쯤, 대학생들의 열렬한 응원과 함께 기운도 받고 레몬도 건네받고 망고젤리도 건네받아 맛있게 먹으며 뛴다. 근데 발이 내발이 아니다. 질질 끌리고 있다. 허벅지를 들어 올리며 뛰니 좀 낫는데 그것도 잠시. 또 질질 끌린다.
그러는 사이 430, 440 페메가 날 추월한다.
어떤 남자분이 여자분의 허리를 밀어주시며 뛰는 모습을 보며 나도 내 손으로 내 허리 밑을 밀어줬다.
계단 올라갈 때 엉덩이 잡고 올라가면 좀 빨라진다는데 ㅋ
이것도 좀 효과 있는 듯.
순간 OH형이 그리웠다. 강화도와 수피령에서 밀어줬던 OH형 ㅋㅋ 누가 날 좀 밀어줬으면...
수서역 지나고 종합경기장역이다.
40킬로 이후는 내 몸이 가는 게 아니라 신께서 인도한다는 말이 있던데,
오늘 나의 신은 나를 잘 인도해 주셨나 보다.
경기장 들어오니 YS형과 DH형이
미스터한쌤 파이팅! 해주시는 소리에 힘이 났다.
끝이 보이니 울컥했다.
지난 2017년도 통영 대회 땐 완주 후 YS형 부여잡고 엉엉 울었었는데ㅋ
이번에도 그렇게 될까 봐 울컥하려는 마음을 자제시켰다.
드디어 완주!!!!
내 인생 최초의 마라톤 풀코스 완주,
스스로에게 너무 뿌듯하고 대견하다.
며칠간 어깨 좀 펴고 다녀야겠다 ㅋㅋ
힘들어서 지칠 때 모르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파이팅! 하고 지나가는데 그 한마디가 어찌나 고맙던지,
힘들어 지치려고 할 때마다 응원단들이 나타나 응원해 주는 것도 매우 고마웠다.